본문 바로가기 사이드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메뉴영역

주메뉴영역

혁신으로 세상을 바꾸는 융복합 대학, DIGIST
Innovative University Changing the World through Convergence
이 페이지를 SNS로 퍼가기

People

줄기세포로 만든 '미니 장기'로 암 표적 치료법 찾는다

  • 조회. 698
  • 등록일. 2020.09.02
  • 작성자. 전체관리자
 
“일단 직접 한 번 보시겠어요? 현미경으로 보이는 동글동글한 덩어리가 바로 폐 오가노이드입니다. 줄기세포로 만들었죠.” 
 
정영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 교수는 직접 개발한 오가노이드를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오가노이드는 특정한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만든 ‘미니 장기(mini organ)’다. 정 교수는 아직 분화되지 않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오가노이드를 제작하고, 다시 이 오가노이드를 암 치료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오가노이드의 '씨앗', 줄기세포

흔히 줄기세포라고 하면 모든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를 떠올린다. 그러나 줄기세포는 자기복제가 가능한, 분화되지 않은 모든 세포를 일컫는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줄기세포를 크게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 줄기세포(iPSC), 성체줄기세포, 암 줄기세포 등으로 분류해 연구하고 있다.
이 중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특정한 신체 조직으로만 분화할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거의 모든 장기에 존재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과학자들은 폐, 혈관, 췌장 등 다양한 조직에서 성체줄기세포를 발견했다.  
이후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해 조직 손상을 이해하고, 조직을 재생할 치료법을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왔다. 오가노이드 연구도 그런 노력 중 하나다.

성체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는 크기가 100μm(마이크로미터 1μm는 100만분의 1m)에서 2mm 수준으로 매우 작지만, 성체줄기세포가 속했던 원래 조직과 비슷한 특성을 나타낸다. 환자의 성체줄기세포로 오가노이드를 만들면 질병이 생기는 과정과 치료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정 교수팀은 2016년 식도 오가노이드를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 식도의 상피세포 조직은 여러 개의 얇고 편평한 세포들이 층층이 배열돼 있는데, 하나의 줄기세포로부터 수mm 크기로 오가노이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정 교수는 “아시아인은 유전적 요인, 식습관 문화 등으로 서양인보다 식도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며 “식도 오가노이드를 연구하면 식도암으로 식도 일부가 손상된 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상피세포에 섬유아세포까지 붙여 기존의 것보다 실제 폐 조직과 더 유사한 폐 오가노이드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기존 오가노이드가 상피세포, 근육세포 등 한 종류의 조직 세포로만 이뤄졌다면, 정 교수팀은 다양한 세포를 결합해 실제 인체의 장기에 더 근접한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정 교수는 “혈관내피세포, 혈액세포 등을 붙여 폐포의 모세혈관이 폐 오가노이드를 감싸고, 다양한 연 체조직까지 포함시켜 실제 폐 같은 정교한 오가노이드를 개발하는 게 목표” 라며 “오가노이드를 폐, 콩팥 등 인공 장기로 키워 장기 이식까지 가능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암 발생 유전자 찾아 표적 치료
정 교수팀은 암 줄기세포도 연구하고 있다. 암 줄기세포는 줄기세포가 일반적으로 가진 자기재생능력과 분화능력을 이용해 종양을 만든다. 암세포를 99% 없애도 암 줄기세포가 남아 있으면 암은 결국 재발한다. 반면 암 줄기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면 암도 완치된다.
연구팀은 폐암 중 폐편평상피세포암(LSCC)은 기도 기저 줄기세포(ABSC)로부터 유래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편평상피세포암의 방사선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표지 유전자를 찾아 국제학술지‘캔서 디스커버리’에 발표했다. doi:10.1158/2159-8290.CD-16-0127

 

이 과정에서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유전자가 오히려 암의 성장과 전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도 기저 줄기세포의 항산화 작용에 관여하는 ‘KEAP1’이나 ‘p53’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기도 기저 줄기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는 결국 암 발생으로 이어졌다.
또 KEAP1 유전자 변이가 생긴 폐암과 KEAP1 유전자 변이가 없는 폐암을 비교하자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때 암 전이 속도가 더 빨랐고, 방사선 치료 시 암세포도 잘 파괴되지 않았다.
정 교수팀이 실제 폐암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이와 일치했다. 환자 중 KEAP1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환자들에서 암 재발률이 더 높았고, 방사선 치료 효과도 떨어졌다.
정 교수팀은 KEAP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항암치료제에도 저항성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2019년 추가로 밝혀 국제학술지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에 발표했다. doi:10.1158/1078-0432-CCR-19-1237

정 교수는 “장기나 암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정교한 오가노이드를 개발하면 암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줄기세포나 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밝히고 이를 이용해 환자별로 적합한 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암의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대구=조혜인 기자

사진: 남윤중

과학동아 2020년 9월호

콘텐츠 담당 담당부서  :   홍보팀 ㅣ 053-785-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