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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 단백질 조절해 지방 줄인다

  • 조회. 685
  • 등록일. 2020.08.01
  • 작성자. 홍보팀
김은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와 김설송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박사후연구원이다.

“길쭉길쭉하게 실처럼 보이는 초록색 부분이 모두 세포예요. 이 세포 속에 식욕을 조절하는 단백질이 있어요.”

김은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가 현미경으로 확대한 길쭉한 세포를 모니터에 띄우며 설명했다. 그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띠뇌실막세포(tanycyte)였다. 띠뇌실막세포는 뇌 시상하부와 뇌실을 이어주는 세포다. 띠뇌실막세포 속 특정 단백질은 인간의 식욕을 설명할 수 있는 물질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AMPK 단백질이 식욕 조절하는 원리

2000년대 초, 뇌가 어떻게 식욕을 조절하는지 연구를 시작한 김 교수는 뇌 시상하부의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AMPK(AMP-activated protein kinase) 단백질에 주목했다. AMPK 단백질은 몸속 여러 기관에 존재하는데, 주로 세포 내 에너지 대사에 관여한다. 가령 근육이나 간에서는 당, 지방, 콜레스테롤 등의 분해와 합성을 조절한다.

그러나 뇌 속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김 교수는 쥐 실험을 통해 AMPK 단백질이 뇌에서 식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 교수는 “비만인 쥐에 지방 합성효소 억제제를 처리하자 쥐의 뇌 시상하부에서 AMPK 단백질의 활성이 억제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AMPK 단백질의 식욕조절 기작을 규명하기 위해 자가포식(autophagy·오토파지)을 연구했다. 자가포식은 세포 내부에서 불필요하거나 고장난 단백질, 세포 소기관을 분해하는 현상이다. 자가포식의 일종인 리포파지(lipophagy)는 특히 저장된 지방을 분해하는데, 체지방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기작이다.

자가포식은 발견된 지 50년이 넘었으나 긴 시간 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대 교수가 1990년대 자가포식의 기작을 규명한 뒤에야 그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요시노리 교수는 자가포식 연구로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뇌 시상하부에서 AMPK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한 유전자 조작 쥐를 만들었다. 그리고 쥐 실험을 통해 AMPK 단백질이 뇌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세포 내에서 자가포식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AMPK 단백질 활성이 억제된 쥐는 체내 자가포식 현상이 감소했고 체중이 줄었다. 연구 결과는 2016년 국제학술지 ‘오토파지’에 실렸다. doi:10.1080/15548627.2016.1215382

 

 

식욕조절의 ‘숨은 조연’ 띠뇌실막세포

식욕조절의 ‘주연’은 단연 신경세포다. 식욕을 억제하거나 증가시키는데 관여하는 신경세포는 일찍이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신경세포들이 상호작용하며 최종적으로 식욕이 조절되는 과정을 설명하려면 뇌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신경세포들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비신경세포는 신경세포를 조절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연구하는 띠뇌실막세포가 바로 이런 비신경세포다. 그는 띠뇌실막세포에서 TSPO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는 유전자 조작 쥐를 만들어 실험에 돌입했다. TSPO 단백질은 띠뇌실막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단백질로, 신경계 정보전달에 관여하는 신경펩티드 분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실험결과, TSPO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는 쥐는 식욕 억제증상을 보였다. 음식 섭취량은 적었고, 에너지 소비량과 대사 효율은 높았으며, 띠뇌실막세포 내 AMPK 단백질은 활성화돼 지질을 분해하는 리포파지가 증가했다. 이는 TSPO 단백질이 지질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한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는 ‘오토파지’ 2019년 8월 3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doi:10.1080/15548627.2019.1659616

김 교수는 현재 또 다른 유전자 조작 쥐를 만들어 실험 중이다. 띠뇌실막세포 내에서 TSPO 단백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다른 단백질을 찾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TSPO 단백질의 기작을 밝힌 것만으로 지질 대사를 온전히 설명할 순 없다”며 “식욕조절에 관여하는 또 다른 인자를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비만, 당뇨 등의 치료법을 찾는 것이 목표다. 그는 “식욕조절에 문제를 일으키는 특정 세포나 단백질만 표적으로 삼아 치료할 수 있는 후보 물질을 밝혀내면 부작용 없는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교수는 현재 뇌대사체학(Neurometabolomics) 연구도 진행중이다. 이는 뇌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핵심 뇌대사체를 규명해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대사질환의 기작을 밝히는 연구 분야다. 그는 “뇌대사체학 연구로 개인별 질환 발병시기와 패턴을 진단할 수 있는 생체표지자를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 대구=조혜인 기자

사진 : 남윤중

과학동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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